무감어수감어인. 난 참 멋진 말들을 많이 안다지. 물에 비추지 말고 사람에 비추어 보아라. 알던 말이야. 학교다닐때 배웠잖아. 근데 어제 이 문구를 다시 읽는데 어찌나 찡하던지.
내가 왜 갑자기 미친듯이 포스팅을 하는 줄 알아? 그건 배가 고프기 때문이야. 배가 고프니까 일에 의욕도 안생기고, 생각도 하기 싫고, 잠도 안와서 포스팅만 하는거지. 나름 성공이야. 지난주부터 1kg이나 빠졌다고. 이걸 한끼 먹고 안먹으면 빠지는 1kg의 문제로 보지 마. 난 항상 진짜로 말한다고.
난 이번주를 다이어트 주간으로 선포하고 모든 일을 미루고 달리고 있었어. 엄마가 옷을 안 가져다 준 불행한 수요일의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야. 뭐, 꼴랑 이틀 달렸다는 말이기도 하지.
근데 말은 안했지만 월요일도 불행했어. 내가 뛰고 와서 일을 하고 있는데 10시 좀 넘어서 이모한테 전화가 온거야. 전에 나한테 미니 수학문제 물어본 적 있었잖아. 그걸 또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내가 전에 물어본건데 왜 또 물어보냐고 했더니, 그게 중간고사 시험범윈 줄 알고 공부하다가 중간고사 범위가 아니여서 내 설명을 대충 듣고 넘겼다는거야.
내가 말이 되는 소리냐고. 아니 이게 미니였으면 말이 되는 얘기지. 아가는 듣고 까먹고 듣고 까먹고 하잖아. 미니가 지 공부하다 몰라서 누나한테 물어보는 애였으면 내가 그런애한테는 화 안내(아마도). 근데 이모가. 자기 자식 공부하는게 아쉬워서 나한테 전화해놓고서 시험범위가 아니여서 잊어버렸다고? 그따위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애가 공부잘하길 바래? 물론 이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지만 강렬한 비난조로 그 문제를 다시 설명했어.
설명을 다 하니까 이모가 다음 문제를 주면서 이건 자기가 생각하기에 문제가 틀린 것 같은데 나보고 확인하라면서 y=ax그래프랑 y=b/x그래프가 있는데..로 시작하는거야. 아악! 자기가 답지보고도 모르겠으면 포기하라고! 게다가 난 y=b/x그래프 그리는 법도 까먹었다고! 나의 유일한 장점인 이과선택은 이미 10년도 넘은 얘기라고! 내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너무 성질을 죽였나보지? 이모가 전화 끊고 풀어보라는거야. 악! 한번 착한 척 했으면 계속 그러고 싶잖아. 내가 "싫어."라고 말했으면 모르는데, "몰라."라고 했을때 이모가 "풀어봐."라고 하면 "그래."라고 해야지, 다시 "싫어."라고 하면, 내 "몰라"도 믿음이 안가잖아!
푸는데 화가 모락모락나는거야. 어떻게 저떻게 막 그래프를 그려가면서 풀었더니 3차 방정식이 나오는데, 인수분해가 하나도 생각 안나. 게다가 중1때 인수분해를 배우는지 기억도 안나고. 이모한테 미니가 인수분해를 아냐고 전화를 하는데 통화중이야. 난 지금 운동도 좀만하고 퇴근도 못하고 일하는 중간에 이런걸 풀고 있는데 어쩜 내 인생에 태클을 이따위로 걸어? 그래서 너무 신경질이 나서 집에 와버렸어. 우리 엄마가 나한테 항상 하는 말이 지 성질대로 산다야. 나는 내 성질을 못이기고 집에 돌아왔어.
나중에 이모한테 전화가 왔는데, 미니 2차 방정식도 안배웠다고 모르겠으면 말래. 진짜 화가나는거야. 그랬으면 진작 말지.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민폐를 끼치고 마냐고. 하지만 말했잖아. 우리집 식구들은 대부분 성격은 착해서 내가 화를내면 눈치를 본다고. 이모가 막 내 눈치를 보는거야. 그게 또 화가나는거지. 나는 분노의 화신.
그리고 수요일날 엄마한테 화를 냈고, 목요일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너무 미안하다고 오늘이라도 옷 가져다주겠다고. 이미 수요일날 못 뛰었고, 내 옷은 다 말랐는데 지금 올 필요가 뭐가 있어. 됐다고 말하는데 알잖아 내 성깔. 갑자기 다시금 울컥해서 엄청 퉁명스럽게 됐다고 그런거야. 엄마가 내 목소리 들어보니까 아직 화 안풀린 것 같은데, 엄마가 잘못한건 잘못한거고 화 풀라고. 너 밖에서 그러면 다 티가나서 사람들이 안좋게 본다고 달랬어. 더 화가났지. 내가 여기 누구한테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 내가 성질난다고 성질내는건 엄마박에 없어. 온리 유. 엄마. 미안하면서도 착하게 굴기는 뻘쭘해서 조금 덜 퉁명스럽게 알았다고 대답하는데 엄마가 '이모한테도 잘해주고.'그러는거야. 이젠 막 억울해졌어. 이모는 이모가 나쁜거잖아. 내가 얼마나 바쁘고 힘들고 피곤하고 할일이많고 조급하고. 엄마가 다 안대. 근데 이모는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고, 힘든 사람은 남이 얼마나 힘든지 볼 수 없고, 이모가 기댈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내가 받아줬으면 좋겠대. 들으니까 엄마 말이 맞는거야. 그래서 나한테 너무너무너무 화가났어. 내가 월요일날 짜증내면서 이럴꺼면 미니 수학학원은 왜 다니냐고 하니까 이모가 미니 수학학원 안다닌다고 했었어. 미안했지. 근데 화내다가 미안해하는건 진짜 힘들잖아. 그래서 계속 쎈척하면서 퉁명스럽게 말대꾸하고 전화를 끊었어. 내가 항상 그렇지 뭐. 왜 미안한 순간에 미안하다고 안하는걸까.
그러다 어제 읽게 된거야. 무감어수 감어인. 어머나. 난 좀 이뻐지겠다고 그렇게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고 남이 방해하는걸 못견뎌하면서, 사람들한테는 이따위로 구는걸까. 언제는 내면의 미가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내면이고 외면이고 하나같이 엉망진창이야. 솔직히 살빠진다고 이뻐지는거 아니고, 다이어트를 제일 방해하는건 언제나 나 자신인데 말야.
사람에게 비춰 예뻐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 하지만 이건 뭐랄까. 난 금연을 10번도 넘게 성공했다는것과 비슷한 얘기지. 난 전에도 깨달은 순간이 많이 있는데 또 까먹었거든. 물론 또 까먹겠지. 그리고 또 깨달을꺼고. 이런걸 한 10년쯤 반복하다보면 인간이 좀 나아지겠지? 뭐. 금연을 10년 반복한다고 인간이 나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건 아니지만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