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자랑하려고 쓴다. 생각해보면 난 이것저것 쓰잘데기도 없는 장점들을 악착같이 블로그에 나열해 자랑하곤 했지만, 후원나 봉사에 대해서는 거의 '부끄럽지만 조금 하는데..'라는 식으로만 필요할때 한두번 언급했었다. 왜 좋은일을 하면서도 이러고 있었나 생각해보니, 이 지긋지긋한 세뇌교육.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아니. 모르게 해서 뭐 어쩌라고. 그래서 생기는 장점이 하나라도 있나? 겸손이라는 미덕을 발휘할 순 있겠지만, 난 겸손보다는 자학이 어울리는데. 뭐. 있잖아. 하다하다보면, 사실 나는 하나도 좋은 맘으로 후원하는건 아니고 지구가 망하길 바라는 삐뚤어진 마음가짐으로 후원하는거야. 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 나는 자학파.
이글은 191970님 글을 보고 따라 쓰게 된 건데, 트랙백을 걸자니 어쩐지 싫어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뒀다가 물어보고 걸었다. 가끔 내 글에 트랙백이나 핑백을 걸면서 싫어할까봐 무섭다는 글을 볼때는 어차피 블로그에 공개로 쓴 글 엮는다고 싫어하다니 내가 그렇게 무서운 이미지였나 고민했었는데, 나도 그런 기분을 느끼는걸 보면 남들이 다 같이 하는 행동은 뭔가 이유가 있는거다.
나는 십일조에 어느정도 컴플렉스를 느낀다.
기본적인 종교에 대한 회의와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하는 아름답지 못한 일들을 보면서 안믿는 내가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훌륭한 분들은 당연히 빼고, '평균 기독교인<나'. 그런데 어느날 십일조를 내는 기독교인들을 보고 완전 충격받았다. 물론 안내는 사람이 더 많다는것도 알지만, 한 단체의 지향점에 대해서. 자기 소득의 1/10이라. 물론 옛날에는 세금이란 제도가 없어서 그랫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세금내고 십일조 내는 사람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렇게 많은데 나는 왜 못할까.
그래서 적당한 곳을 발견할때마다 꾸준히 소득의 1/10정도 될때까지 후원금을 늘리리라 마음만 먹었는데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예를들자면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분개해서 정기후원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지난주에 놀고 먹은돈이 10만원이 넘는데 다음달 공연도 예매해놨는데, 에이 그럼 환경은 좀 나중에 챙길까. 이런 순간들이라던지, 에이 내가 이 돈 후원해도 자원봉사자들 술값으로 쓰일텐데 그냥 내가 마실까. 이런 순간들. 기본적으로는 난 자원봉사자들의 술값도 지지하는 편이다. 그럼 봉사한다고 술도 못마시나. 하지만 내 술값이 더 소중할 뿐.
후원 이야기할때 착한척 말고 신경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돈이다. 우리 집은 옛날만은 못하지만 여유가 있는 편이고 나는 내 앞가림만 하면 된다. 그래서 내가 후원한다는걸 알게 된 사람들 중에는, 돈이 많아서 후원한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많았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 앞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마냥 살짝 웃으며, "그런가?" 할 정도의 못된 머리는 가지고 있다. 부러워 하던지. 흥!
내 월급이 240정도인데, 플랜아동결연에 6만원, 유니세프 2만원, 엠네스티 만원, 녹색연합 2만원, 여성민우회 2만원, 후원금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보신당비 4만원, 알님이 이사장으로 계신 장애인재단에 만원을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그리고 인터넷 소액금융대출(KIVA)로 어디 농부가 젖소 살 돈이랑, 어떤 여자가 애들 키울 돈을 2만 5천원씩 빌려줬다. 그리고 난 학자금 대출 받고. 내 씀씀이를 다 줄인다면 대출을 안받고도 등록금을 낼 수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넋이 좀 나간 애라서 총체적인 마이너스만 아니면 상관없는거 아니냐고, 대출받으면서 적금들고, 놀거 다 놀고, 볼거 다 보고, 할 거 다 하고 살고 있다. 근데 후원만 못한다는건 좀 그렇잖아. 물론 나는 세속스런 인간이라 저돈이면 옷이 몇 벌 이라던지, 저돈이면 우리 엄마한테, 저돈이면 우리 미니유니한테, 세 달 모으면 여행을. 이런생각은 당연히 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복잡한 인간이라서 놀고 먹을때도 이돈이면 아프리카에, 이돈이면 백신이. 이런생각도 드니까.
집에서는 금액은 정확히 모르지만 돈도 없는 애가 저러고 산다고 속이 터질려고 한다. 자기부터 챙겨야 남을 도울 수 있는거라고. 너는 너부터 챙기라고. 이러고 살면 나중에 굶어죽는다고, 지금 모으고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더 큰 도움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근데 난 나정도면 날 충분히 챙겼다고 생각한다. 이정도 교육에다가 월급에다 이렇게 잘 먹고 마시고 노는데, 앞날이야 누구나 알 수 없는거고, 빚도 조금 있지만 펀드깨면 아악. 펀드! 진정하고. 하여간 총체적으로 마이너스는 아니잖아. 이정도면 난 충분히 괜찮은거 아냐? 그리고 집있고 연봉이 1억 넘던 아빠도 남을 도울 수 있을만큼 큰 돈 번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본 것 같은데, 그럼 나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동산과 부동산이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겠냐고.
하지만 어쨌거나 빚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새로운 명단 추가는 뚝 끊겼다. 하지만 술자리는 전혀 줄지 않는다는거. 게다가 이번에는 히말라야 가겠다고 이러고 있다는거. 내가 그렇지 뭐.
p.s.1
남의 죽음을 이런식으로 쓰는게 약간 꺼려지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맘이 더 커서 하나 얘기 하자면. 그 재벌그룹 딸이 자살했을때 세상만사 자신만만한 속물 테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걔가 자살을 해? 내가 자살 할 수도 있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니까 테제가 자기가 걔였다면 정말 행복하고 남을 돕고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들도 자기가 너처럼 8학군에서 학생회장도 했고, 좋은 직업 갖고있고, 타워팰리스에 살면 남을 도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꺼야."
내가 저모양 저꼴로 말해서 테제랑 사이가 최악이였다. 테제는 날 속물이 되고팠지만 실패해서 성공을 비난하는 루저로 취급하고, 나는 테제를 상류층이 되고 싶은 꼴통 속물로 취급하고. 생각해보면 다 내 잘못이다. 난 멍청한 테제에게 지식과 식견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여주지 않았어. 내 인내심의 1/10을 테제에게 주었다면 우리 사이가 그따위가 되진 않았을텐데.
p.s.2
내가 명박이 왜 기부 안하냐고 욕하고 앉아있자 명박이를 싫어하긴 싫어하는 우리 정통 보수파 셀프가 그런걸로는 욕하면 안된다고 날 나무랐다.
"야! 원래 기부는 죽을때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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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기본적으로는 천박한 사람이라, 이 글을 쓰려고 생각했을 때 '내 펀드의 수익률은 1000%'뭐 이런제목이 떠올랐다. 실제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는것도 같고. [다른 펀드들은 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때. 사람에게 투자한 저는 1000%의 이익률을 보았습니다.] 뭐 이런거. 웩. 나는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고. 그래도 부끄러우니까 저렇게는 안쓴다고. 그래서 내가 이런걸 써서 관심끄는 애들을 미워한다고. 부끄러움 2탄이라면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부는 죽을때 하는거야] 이런거? 아예 이런 자극적인 제목이 생각도 안나는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였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사고체계를 가지고 고결한 영혼을 지향하니 이거 뭐 순간순간이 투쟁이야. 그리고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그런걸 쓰는애들을 맹렬하게 미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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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 용돈으로 40만원받고 과외로 40만원 받아서 한달에 쓰는 돈이 80만원이였는데, 남한테 후원할 생각같은거 조금도 안들었다. 기본적으로 난 그 때 피해의식이 굉장히 심해서 내가 가진것보다 뺏긴게 훨신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나보다 못가진 사람들의 얘기는 차원이 다른 애기라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 내가 후원좀 한다고 해서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사라지지는 않지.
p.s.5
난 후원할 시기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후원을 싫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니 후원 못하는 사정에 대해서도, 후원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한테 변명할 필요는 없다. 가끔 섬세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나한테 왜 후원 안/못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난 그런걸 들어주기에는 너무 섬세한 정신의 소유자인지라. 후원 안해도 괜찮아요. 저한테 변명하실 필요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