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을 들고 여기 서 있을게

블로그에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PC 앞에 제대로 앉을 시간이 없어 바쁘게 지냈다.

지지난번에는 상담 이야기를 쓸까 했었고
지난번에는 소개팅 이야기를 쓸까 했는데
이번에는 고소 이야기다.

어제 수영장에서 개새끼에게 협박 받고 경찰서에 가서 진정서를 썼다.

사건의 발달은 일주일 전인데
그날이 개새끼를 처음 본 날이었나, 변태같이 생긴 새끼 하나가 수영장 제일 첫째 줄에 서 있었다.
그것은 이 반에서 제일 빠르다는 것.

나는 4-5번째 실력이기 때문에 그닥 부딪칠 일 없이 수영하는데,
배영하는데 새끼가 자기는 레인 끝에서 쉬면서 먼저 출발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출발하고 가는데, 얘가 바로 출발해 와서 쾅 부딪쳤다.

개짜증나! 빠르면 먼저 가던가! 와서 왜 부딪치고 지랄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마음으로는 수영장을 다닐 수가 없다.
이새끼가 '쏘리쏘리'해서 사과 참 같잖게 한다 생각했다.
죄송합니다가 아닌 쏘리쏘리 너무 재수없지 않냐?

그래도 대충 넘어갔는데
그 다음에 선생님이 뭘 설명하고 출발하라고 하자 제일 앞에 있던 이 사람이 나서면서

"우리가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명심해야 할 게 있어.
 우리는 중급반이야.
 그건 우리가 상급반이 아니라는 뜻이야.
 우리는 빨리 가는 반이 아니야. 우리는 중급반이야.
 그러니까 빨리 가면 안돼. 빨리 가면 무조건 부딪쳐. 그러니까 빨리 가면 안돼."

그 누가 해도 미친 헛소리지만 바로 전에 지가 빨리 출발해서 나한테 부딪쳐 놓고 무슨 지랄이야.
너 오기 전에 아무하고도 부딪친 적 없었어.
나대는 인간도 싫고, 나한테 부딪치는 인간도 싫어서 내가 뭐라고 했다.

"본인이나 잘 하세요. 좀 전에 저한테 부딪치셨잖아요."
"그거. 내가 일부러 그런거야. 일부러. 빨리 가면 부딪친다는걸 보여주려고."

눈을 희번덕 거리면서 말하는데 미친놈아. 씨발놈아. 죽어라 죽어라.

다들 어처구니 없어 했고, 내가 싸우뎌라 그냥 그러다 말았고, 센터에 이야기 해서 선생님이 그새끼한테 주의를 줬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오리발을 끼고 접영을 하는데 선생님이 부딪칠 수 있으니까 25m 씩 끊어 출발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새끼가 또 출발 안하고 헛소리를 하는거다.

"끊을 필요 있나? 그냥 한번에 왕복해서 양쪽으로 가."
"그럼 부딪치잖아요. 그러니까 25씩 가세요."
"끝으로 붙으면 되잖아."
"양팔 접영인데요? 부딪쳐요."
"그러니까 끝으로..."

이 멍청한 새끼가 더 이상 수업을 방해하는 것도 싫고, 이 새끼가 나랑 부딪치는 것도 더 싫어서 내가 참견했다.

"그냥 안 부딪치게 25씩 끊어서 가요."
"너. 너. 내가 말하는데 끼어들지 마. 내가 너랑 말하고 있었어? 난 선생님이랑 말하고 있었어."
"전 의견도 못 내놔요? 저한테 전에 부딪치고 사과도 안했잖아요. 그리고 왜 반말해요."
"너. 너. 내가 전에 너랑 그러고 기분 나빠서 널 쳐다도 안보고 있었어.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반말하지 말시라고요."
"내가 너만한 딸이 있어. 넌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어!"
"우리 아빤 이렇게 안 천박한데."

그전에도 미친놈이었지만 여기서 본격 미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때부터 나를 패려는 제스쳐 시작.

"천박? 너 지금 천박이라 그랬어? 너 가만 안둬!?"
"여러분! 이 사람이 저 가만 안 둔다고 하네요!!!!!!!!"

이미 초급반 상급반 모두 수영을 못하고 우리만 쳐다보고 있음. 수영장 수퍼스타.

"너 혼나볼래?"
"아니요."
"이게 어디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봐?"
"눈 내리깔면 기분 좀 나아지세요?"

나를 계속 패겠다고 나한테 접근하려고 해서(하지만 매우 미약하게. 누구라도 말릴 수 있게) 초급반 선생님까지 와서 말리고 있었다.

"너 따라와. 너같은 애는 좀 맞아서 혼이 나야 해."

여기서 나는 정말 TV에서 본 것 처럼 "때려봐. 때려봐."라고 머리 디밀고 싶었는데, 한 대 맞기에는 난 너무 소중하니까. 하지만 진짜 쫌팽이새끼 평생 남자는 한번도 못 때려봤을 것처럼 생겨서 여자 패겠다고 지랄하고. 그냥 그렇게 분노 표출하는게 너무 좋은거지... 아이고 머저리...

이 어디쯤에 자기 벗은 오리발을 나에게 던지려고 했는데, 선생님들이 막아서 던지진 않았고, 그는 따라오라며 물 밖으로 나갔다.

네?
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개새끼가 따라나오라고 하고 물 밖에 나가면 내가 따라나가나?
여기서 선생님들이 있어서 괜찮았지, 따라 나가면 맞을 거 아냐.
쟤는 무슨 생각이야.
난 그냥 남아서 계속 수영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좀 쫄았다.

남자 존만하게 생겼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자잖아. 수영도 나보다 빠르고. 밖에서 숨어있다가 나 패면 나 맞는거지.
여기는 그래도 사람 많아서 한대 맞으면 누가 구해주게 생겼는데
밖에서 맞으면 어떡해.

그래서 수영 마치고 나가면서 탈의실에서 경찰을 불렀다.
내가 탈의실에서 전화로 신고할때부터 사람들이 아무도 나에게 말은 못 걸고 흥미진진해 하더라.
짜릿해. 이런 관심.

경찰이 오고 이런 저런 수사를 해주는 줄 알았으나...
한 사람이 아주 FM이던지 혹은 일을 하기 싫어하던지 해서...
경찰 1이 그 사람의 정보를 가져가려고 하자 경찰 2가 말리면서 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경찰이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정보를 가져가는 것도 안되고, 센터에서 나한테 그 사람의 정보를 누출해서도 안된다고.
경찰서에 가서 직접 고소를 하면, 그 경찰서에서 수사하러 나올거라고 했다.

한밤중에 서초 경찰서까지 갔는데, 당직이던 형사는 왜 바로 경찰에 신고 안하고 경찰서로 왔냐고 물었다.
내가 그리로 보내진 경위를 듣더니'왜 지들이 안하고 나한테 보내...'라는 표정을 지었다.
경찰2가 태만일까 아니면 보기드문 FM일까.


많은 사람이 그런 시시한거 가지고 신고한다고 경찰이 날 푸대접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그새 소문냄)
당직 경찰은 좀 귀찮아하면서도 친절했다.
당직 경찰한테 사실 그 사람이 일주일 전에 나를 일부러 쳤다고 말한 것도 있는데 폭행으로 고소하면 안되냐니까
수영장에서 부딪치는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그 시점에 그렇게 인지한 것도 아니면서 하면 안될거라고
그냥 협박이나 위협으로만 가라고 해서 그분의 도움을 받아 진정서를 썼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따라서 쓰세요..... 왜 위협 받았어요?"
"...그게 선생님이 25미터씩 끊어서 수영하라는데 그 남자가 안하겠다고 해서 제가 하라고 하다가...."
"사소한 시비로."
"네..."
ㅋㅋㅋㅋㅋ
아 너무 명쾌해 ㅋㅋㅋ 난 왜 이런게 좋지 ㅋㅋㅋ

오늘 아침에는 모 형사가 내 앞으로 배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그 후로 연락 없다.
나한테 연락 안하고 수사 하시는건가요?
그런거겠죠?
그런거였으면 좋겠다.


어제 진정서를 쓰고  흥분하며 동생한테 전화해서 개새끼를 욕하며 집으로 걸어오는데
강남대로 길가에서 어떤 장년 남녀가 몸싸움을 하고 있는거다.
술취한 남자가 여자 팔을 움켜쥐고 있었나 그랬다.
안그래도 흥분했는데 더 흥분해서

"아저씨 뭐하시는거에요! 여자를 때리면 안돼죠! 여기 누가 좀 도와주세요. 남자분들 여자가 맞고 있어요!!!"

라고 소리를 질러, 아마 나보다 먼저 끼어들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던 것 같은 남자들이 도와줬다.
난 멀리서 소리만 지르고 있었고, 남자 둘이 아저씨를 떼어놓고, 남자 하나는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근데 떼어낸 여자가 내 생각보다 멀리 도망가지 않고 남자 손 닿는데서
"나를 부르더니 왜 이래~"라는 하소연만 하고 있더라.
나는 계속 멀리서(남자한테 맞을까봐)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빨리 도망가세요."라고 외쳤지만
그냥 이쯤에서 남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동생은 나의 무서운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갑자기 전화로 아저씨 때리지 마세요라고 소리지르면서 야 안되겠다 이따가 전화할게라고 전화 끊자 너무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고.

"음. 괜찮아. 원래 땡땡이도 안 치던 애가 하면 걸리고 원래 하는 애들은 안 걸린다잖아."
"아니거든! 나 진짜 많이 걸렸거든."
"실력이 부족했구나."


어쨌든 맞지 않는 삶이 최우선이겠지만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할 말 못하고 사는 삶도 싫다.
시작은 내 지랄맞은 성격으로 성깔 부리지만, 하다 쫄리거나 무서울때는 다른 여자들을 생각한다.
나같은 애도 쫄리면 다른 여자들은 얼마나 쫄을가.
내가 여기서 쫄면 저새끼들 다른 여자한테 평생 그럴거 아냐.
내가 여기서 지랄을 해서 세상의 등불이 되리라!



덧글

  • 당근 2016/04/28 17:33 # 답글

    꺄아아악 언니 멋져요 세상의 등불!
  • 2016/04/28 17: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이레 2016/04/28 17:52 # 답글

    가하님이 좋아요
  • 잡담머신 2016/04/28 18:13 # 답글

    잘 하셨어요. Bravo!!!
  • 머글 2016/04/28 18:44 # 삭제 답글

    사랑해요 가하님. 새상의 등불!!!
  • appcoco 2016/04/28 19:45 # 답글

    아 멋있어 ㅠㅜㅜㅜㅜㅜ
  • 키카 2016/04/28 19:47 # 삭제 답글

    오래간만이에요ㅋㅋㅋ사소한시비로...ㅋㅋㅋ.소리내서웃었네요
  • Julse줄스 2016/04/28 21:34 # 답글

    아 기다렸어요.
    그리고 통쾌해요 ㅋㅋㅋ
  • evans 2016/04/28 22:45 # 답글

    역시 멋지십니다. 글도 넘 재미있고.
  • 2016/04/28 23: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4/29 10: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나야 2016/04/29 15:23 # 삭제 답글

    가하님 글 너무 기다렸어요. '내가 여기서 지랄을 해서 세상의 등불이 되리라!' 이거 너무 너무 좋아요! 저도 가하님 본받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겠습니다!!!
  • 2016/05/01 13:3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지미니 2016/05/01 18:16 # 삭제 답글

    내가 여기서 지랄을 해서 세상의 등불이 되리라!
    -> 여기서 너무나 걸크러쉬. 저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가하님
  • 새벽 2016/05/24 08:57 # 삭제 답글

    멋진사람! 정말 잘하셨어요.
  • 2016/06/01 20: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도일 2016/09/25 18:22 # 삭제 답글

    1년가까이 눈팅만 하면서 멋진 언니시다 생각만 했는데오늘은 냉큼 써야겠습니다~가하님 눈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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